"여성노동자가 움직이면 세상이 바뀐다." 104주년 3.8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8일 오후 3시 30분 서울역 광장에 모인 여성노동자들이 힘찬 함성을 내질렀다. 이날 대회는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여성에게 참정권을 보장하라"는 요구를 걸고 싸웠던 1908년 미국의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해 열렸다. 이날 행사 때 민주노총 조합원 등 1천 5백 여 명은 △여성노동권 쟁취 △성희롱 금지법(가칭) 제정 △노동시간 단축 등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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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8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신동준 | 이날 대회 때 민주노총은 여성노동권 10대 요구를 천명하며 그 의미와 필요성을 나누기도 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은 지 104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한국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은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며 "단순히 하루를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올해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선포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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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8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신동준 | 특히 이날 모인 참가자들은 여성의 노동권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성희롱 문제 해결에 목소리를 높였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여성노동자 40%가 성희롱을 경험했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까지 포함하면 이 수는 더 많을 것”이라며 가칭 성희롱 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윤 변호사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일어서야만 법이 통과될 수 있다”며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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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8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노래공연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신동준 | 이날 대회 때 현대차아산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와 대리인은 성평등 모범 조합원 상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김현미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현대차아산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가 2년 여의 투쟁 끝에 복직한 사례는 이 땅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세상의 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일어나 세상을 바꾸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대회 참석자들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의 고용보장과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고려대분회 이영숙 분회장은 “아직도 여성들은 그늘진 곳에서 노조도 없이 멸시받고 천대받으면서 열악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며 “이제는 여성들이 나서 최저임금을 넘어 생활임금을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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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8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여성노동자대회에서 윤민례 시그네틱스분회장 등이 대회 결의문을 읽고 있다. 신동준 | 이날 대회는 현재 오랜 기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시그네틱스, 재능교육, 국민체육진흥공단, 영남대의원의 여성노동자가 결의문을 읽으면서 마무리됐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서울역에서 명동까지 행진하며 시민들에게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요구를 알렸다. 이날 대회는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동시에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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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민주노총 10대 여성노동요구안
민주노총이 3.8 여성의 날을 맞아 2012년 10대 여성노동요구안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밝힌 요구안은 △성희롱 금지법(가) 제정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정책 강화 △차별적인 성별 분리직군 폐지 △최저임금 인상 및 생활임금 쟁취 △돌봄노동자 노동권, 건강권 강화 △비정규직 모성보호 강화 △육아휴직 급여인상 및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단축 및 주휴점제 특별법 제정 △여성 장기투쟁 사업장 해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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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8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대회를 마친 뒤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신동준 | 우선 민주노총은 여성노동자 성희롱 문제 해결과 피해자 보호, 가해자 및 사용주 처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성희롱 금지법(가)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성희롱 예방교육에 대한 실태조사와 사용주 예방조치 의무를 강화와 함께 △모집-채용 과정의 성희롱, 비정규직 등 피해 범위 확대 △피해자 보호방안 구체화 △가해자 징계기준 명시 등을 세부 법 제정 요구안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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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8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여성노동자대회에 참여한 노동자들이 대회를 마친 뒤 행진하다 함성을 지르고 있다. 신동준 | 아울러 민주노총은 여성의 모성보호 및 보육 공공성 실현을 위한 방안도 요구한다. 민주노총은 △산전후휴가 적용대상을 비정규직, 특수고용직 노동자로 확대 △산전후휴가 중 비정규직 노동자 계약해지 금지 등의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임금의 40%(하한 50만원~상한 100만원) 수준인 육아휴직 급여를 평균급여 70%로 인상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육아부담이 여성 고용에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을 통한 보육공공성을 실현해야 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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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8일 명동에서 열린 세계 여성의 날 104주년 여성노동자대회 정리집회에서 김현미 노조 부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신동준 | 민주노총은 고용, 노동환경에 있어서의 여성노동자 차별 해소를 위한 요구도 제시했다. 민주노총은 사업장에서 여성차별을 합리화하는 제도가 분리직군제라며 이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분리직군제는 정규직과 별도의 직군을 설정해 임금, 승진 등 모든 조건에 차별을 두는 제도다. 민주노총은 “은행 텔러직군, 증권업 콜센터, 유통업 캐셔업무 등 여성을 분리직군업무 대상으로 해 여성차별을 합리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현저한 임금과 승진 차별을 당연시하고 여성노동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 간병-청소 노동자 등의 고용안정 등을 요구안으로 정했다. 또한 시그네틱스, 재능교육,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영남대의료원 등 장기투쟁을 하고 있는 여성사업장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104주년 3.8 세계여성의 날 민주노총 결의문]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더 분노하고 더 행동하라!
“임금을 인상하라!”, “10시간만 일하자!”,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1908년 3월 8일, 미국 섬유공장에서 일하던 1만 5천여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무장한 군대와 경찰에 맞서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박탈된 정치적 권리에 대항해 싸웠던 당시 외쳐진 구호들이다. 2012년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의 요구도 104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의 요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성평등을 외친지 오래됐지만 성차별의 벽은 오히려 더 강고해지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들이 처한 현실은 경제활동참가율 54.5%로 OECD 34개국 중 30위, 성격차지수는 31개국 중 30위다.
일자리 대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절반 수준이고, 여성임금 비율은 남성의 62.3%에 불과하며 여성노동자의 70% 가까이 비정규직이다. 남성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20.6% 수준인 데 비해, 여성은 최저임금 미달 비율이 44.9%에 이른다.
설령 여성 정규직이라 하더라도 수많은 차별을 견뎌야 한다. 여성 정규직 역시도 ‘성별 분리직군’을 통해 만들어진 저임금, 저직급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동일노동’ 자체가 여성들에게 어려운 과제인 것이다.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크다.
노동조합 가입률 역시 고용노동부 2010년 노조조직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 164만여명 중 여성은 37만여명으로 22.5%에 불과하다. 전체 여성노동자 724만여명 중 5% 가량만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은 실제 고용불안에 대한 부담을 안고 노조를 결성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노조를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거나, 매년 고용 갱신을 핑계로 노조탈퇴를 강요받기 쉽다.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지부의 경우 노조자체를 아예 인정조차 하지 않고, 문제해결을 회피하는 사측으로 인해 투쟁이 장기화 되면서 용역깡패의 성폭력을 비롯해 온갖 탄압에 내몰리고 있기도 하다.
100년 전 “10시간만 일하자”는 구호도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민주노총이 요구하는 것은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이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정책 일환이라며 시행한 ‘유연근무제’ 등은 노동시장에서의 성별분리 및 노동과정에서의 성별분업을 고착화시키며 여성노동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몰고 있는 정책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 되어야만 고용상태에서 남녀가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다.
우리는 오늘 이같은 현실에 대한 절박한 심정으로 여성 노동자의 비정규직화를 중단하고 여성노동자에 대한 모든 차별을 해소하며,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을 실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우리는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발걸음을 떼기 위한 단초로써 다음 사항을 요구한다.
하나, 19대 국회는 여성노동권 강화를 위해 성희롱 금지법(가칭)을 제정하고 여성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정책을 강화하라!
하나, 노동시장의 성별분업을 고착화시키고 여성의 비정규직화를 촉진하는 차별적인 성별 분리직군제를 폐지하고 채용·승진 여성할당제를 시행하라!
하나, 저임금 노동자 양산하는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생활임금 보장하라!
하나, 돌봄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돌봄노동 서비스를 공공화하며, 돌봄노동자 노동권과 건강권을 보장하라!
하나, 모성보호 조차 소외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모성보호 보장하라!
하나, 육아휴직 급여인상하고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하라!
하나, 비정규직 양산하는 유연근무제 확산 말고, 일생활 양립을 위한 성평등한 노동시간 단축을 시행하라!
하나, 서비스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에너지 절감, 중소상인 보호하는 ‘대형유통업체 영업시간 단축 및 주휴점제 특별법’을 제정하라!
하나, 노조탄압 중단하고 여성 장기투쟁 사업장 문제 해결하라!
우리는 이같은 3.8 여성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직종을 넘어 세대를 넘어 연대할 것을 결의한다. 또한 가장 탄압받았던 104년 전 미국 여성노동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여성이라는 이유로 이중 삼중의 탄압을 받는 여성 노동자로서, 여성노동권 쟁취! 성평등한 세상을 위해 2012년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결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