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나영석 PD “KBS·MBC 사장 이쯤하면 내려와야” | |||||||||||||||||||||||||||
[현장] 방송3사 파업콘서트… 이승환 “왜무서워해야하나” 이은미 “강자가 약자 괴롭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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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 오고 날도 추운데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여기 많은 사람이 밤이 늦도록 모여 고성방가를 하고 있는 이유는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 것인데, 그분들이 듣고 있는지 모르겠다…이쯤하면 그분들 내려오실 때도 됐는데”(KBS 나영석 PD) "방송은 여의 것도 야의 것도 아닌 국민의 것입니다“(MBC 오상진 아나운서) "여러분들이 지금 이 순간 시대정신이고 세상을 바꿀 씨앗이고 희망입니다. 우리가 단순히 개인적으로 복직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들과의 승리를 위해 반드시 복직하겠습니다“(노종면 YTN 해직 기자) 16일 저녁, 봄을 재촉하는 부슬비가 쉼 없이 내리는 서울 여의도 광장. 방송 뉴스에서 정제된 모습만을 보여줬던 아나운서, 기자, PD와 인기 음악인 등이 대형 무대에 올라 이른바 ‘비방용 멘트’와 각 언론사 사장들과 정권을 향한 날카로운 풍자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관람객들은 이례적인 모습에 낯설어하는 대신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열렬한 응원으로 화답했다.
넓은 광장을 빼곡히 채운 시민들과 언론인들의 언론 자유를 향한 열기가 늦은 밤까지 광장을 뒤덮었다. 이날 ‘낙하산 사장 동반 퇴임 축하쇼’라는 이름으로 열린 방송 3사(MBC, KBS, YTN) 파업 콘서트에는 경찰 추산 1만1000 명, 공연 주최측 추산 2만 명의 관객이 모였다. 이들은 단지 ‘관람’하러 온 것이 아니라 지지와 연대의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인 시민들이었다. 현 정부 들어 YTN, MBC, KBS 등에서는 정권을 비판하려는 언론인들의 대량 해직과 대규모 징계 사태가 벌어졌으며 임원진에 의한 뉴스 검열이 일상화된 데 맞서 언론인들이 정권 말 사상초유의 연쇄 파업에 나섰다. 또 방송3사뿐 아니라 현재 장기 파업 중에 있는 국민일보, 부산일보와 15일 파업에 돌입한 연합뉴스도 함께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과 그 수하의 각 언론사 사장을 성토하며 ‘공정 언론의 회복’을 호소했다.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조국 서울대 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의 인터뷰 영상도 상영됐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도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됐다고 주최측은 전했다. 사상 초유의 대규모 언론 파업 사태가 벌어진 것에 이승환, 김제동, 드렁큰 타이거, 이은미, 이적, DJ DOC 등 연예인들도 공연에 참석해 언론 장악 세력을 비판하며 언론 자유 회복을 외쳤다. 이들은 이 같은 자리에 참여한 것에 여전히 두려움이 있음을 표현해, 역설적으로 현재 언론 대규모 파업 사태의 정당성을 드러내 보였다.
용산 참사 유가족을 위한 콘서트에 참여하기도 했던 가수 이승환씨는 “이런 자리에 몇 번 섰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거 하면 너 이상해질지도 몰라’라며 전부 말렸었다. 저도 무서웠다”며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왜 무서워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 말에 관객들이 환호하자 그는 “박수치지 마세요. 지금도 무서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이 언론인 뿐 아니라 방송 출연 연예인이나 일반 국민들까지 전박적으로 억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광경이었다. 가수 이적씨 역시 “제 이름이 ‘이적’이고 데뷔곡 중 ‘왼손잡이’라는 곳이 있기 때문에 자칫 ‘색깔론’을 뒤집어쓸 수 있어 이런 행사에 참여를 자제해왔다”며 정부와 권력 비판에 대해 색깔론을 덧칠하는 모습을 비판했다. 가수 이은미씨는 “힘 있는 자들이 약자를 너무 쉽게 괴롭히는 시대가 돼버렸다. 그보다 더 나쁜 건 침묵하는 언론이었다”며 “이제 서로의 힘을 믿고 이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멤버들도 공연에 참석해 지지의 목소리를 냈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KBS, MBC, YTN이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것은 꼭 이겨야 하는 의로운 싸움”이라며 “그런데 매우 어려운 싸움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힘을 주셔야 한다”고 일반 시민들의 지지와 연대를 독려했다. KBS 기자들은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인 ‘비상대책위원회’를 패러디한 ‘파업 비상대책위원회’ 콩트를 공연하며 KBS 김인규 사장과 MBC 김재철 사장에 대해 ‘깨알 같은’ 풍자로 비판하며 퇴임을 촉구했다. 박진수 YTN 기자 역시 2008년 YTN 대규모 해직 사태로 해고된 기자들이 복직하고 배석규 사장이 물러날 것을 주장하며 호응과 웃음을 끌어냈다. 정연주 전 KBS 사장과 공병설(연합뉴스) 조상헌(국민일보) 엄경철(KBS) 노조위원장, 이근행 (MBC) 노종면(YTN) 해직 언론인 등이 한 무대에 올라 언론의 기본 상식과 양심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낙하산 사장의 퇴진, 부당하게 해직된 언론인들의 복직을 촉구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제가 KBS에서 해직된 이유를 모르겠다. 후배들이 언론인으로서의 기본과 상식을 주장하다가 해직, 정직, 징계, 지방 발령되고 있다”며 “이분들 쫄지 말고 저를 보시라. 저 재판에서 다 이겨서 이제 몫돈 생긴다”고 말하며 정권과 낙하산 사장에 의한 부당한 해직을 꼬집었다. 지난해 해직된 이근행 전 MBC노조 위원장은 “해직은 별 것이 아니다. 대단한 의지가 있어서 그렇게 (언론 공정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기 양심의 소리에 어긋나지 않게 동료와 국민, 시청자를 믿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사장 한 명 바꾼다고 해서 KBS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뼈아픈 문제 제기가 있었다. 최근 정직 6개월 통보를 받은 엄경철 KBS 노조위원장은 “KBS는 지난해 내곡동 사저 논란이 터졌을 때 단 한 명의 기자도 보내지 않았다. ‘추적 60분’에서 4대강 사업 문제를 다뤄도 불방시켰다”며 “그런데도 뭐가 문제냐고 하는 사람들이 KBS에 많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과 지난하게 싸워야 한다”며 “그것이 저널리스트의 숙명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인 15일 출정식을 갖고 23년 만에 파업을 시작한 연합뉴스 노조의 공병설 위원장은 “MB정권 4년 동안, 또 지난 3년간 연합뉴스의 박정찬 사장 아래서 연합뉴스가 걸어온 길에 대해 죄송하고 사죄드린다”며 “파업 안하는 ‘착한’ 연합뉴스 기자들까지 파업에 나섰다. 공정 언론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이 끝나고 관람객들은 직접 장내를 정리하는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수많은 이들 사이에서는 언론 자유 회복에 대한 염원의 목소리가 한참을 맴돌며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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