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쌍용차 대량해고 사태 때 해고돼 복직을 요구하며 4년째 법정 투쟁을 벌여온 노동자들이 항소심에서 승소해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2부(조해현 부장판사)는 7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김모씨 등 15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이들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노동자들은 다시 회사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재판부는 "쌍용차 정리해고 당시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거나 해고 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쌍용자동차의 2009년 대량해고가 부당하다는 7일 서울고법의 판결은 회계조작이 어떤 참상을 빚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해고의 전제가 된 경영상 위기를 입증하겠다며 회사가 법원에 제출한 회계보고 등에 대해 법원이 '허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노동자 2646명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끝없이 이어졌던 죽음의 행렬은 무엇이었던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시발점은 안진회계법인의 회계감사보고서였다. 2009년 2월 쌍용차의 의뢰를 받아 삼정케이피엠지(KPMG)가 2646명의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작성한 경영 정상화 방안의 토대도 안진의 보고서였다. 2008년 말 기준 쌍용차의 당기순손실은 1861억원이었지만 안진의 감사를 거치면서 7110억원이 됐다. 서울고법은 이 차액에 대해 안진의 감사 과정에서 그만큼 유형자산의 손상차손을 과대 계상했다고 판결했다.
단순한 과장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회계를 분식하고 조작한 의혹도 있다. 법정관리와 정리해고의 근거가 된 감사보고서와 그 기초자료인 감사조서의 수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런 회계부정이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관대하게 다뤄진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현재 132개인 우리나라 전체 회계법인이 회계부정으로 받은 제재 건수가 최근 4년 새 72.7%나 급증했다는 통계가 있다. 특히 이른바 '4대 회계법인'(삼일, 안진, 삼정, 한영)은 같은 기간 제재 건수가 7.5배나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상습적인 회계부정이 적발되더라도 회계법인은 가중처벌받지 않는다. 회계감사가 회계사나 작업반의 책임 아래 이뤄지고 법인은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회계부정은 엄격히 처벌받는다. 2005년 월드컴의 최고경영자가 회계부정으로 기소돼 25년형이 선고됐고, 엔론의 재무책임자도 그 못지않은 중형을 받았다. 회계부정을 근절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엄격한 처벌이다. 그리고 그 시발점은 쌍용차 회계부정에 대한 엄정한 수사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