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세상

노동부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 비판

양현모 2011. 1. 27. 19:36

 

노동부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 비판


 


2011. 1. 6.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실


1. 복수노조 제도 도입 의미와 한계


-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의 복수노조 허용과 교섭창구 단일화 조항이 2011년 7월1일부터 본격 발효됨. 복수노조 허용은 민주노조 운동의 오랜 주장으로,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반길 일임. ‘자유롭게 노동조합을 설립할 권리’는 우리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 중 하나인 ‘단결권’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임. 따라서 복수노조의 허용은 헌법이 정한 국민의 기본권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진작 허용됐어야 하는 내용이며, 지금도 늦은 감이 있음. 실제로 국제노동기구(ILO)를 비롯한 많은 국제기구는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한국정부를 상대로 ‘기업단위에서의 복수노조 허용’을 촉구해 왔으며, 지난해 정부가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입법조치를 취한 것 역시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압력이 거셌기 때문이기도 함.


- 그러나 복수노조 허용과 함께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노동3권의 본질적 요소인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따르게 되면 소수 노조의 경우 단결권은 보장되지만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사실상 행사할 수 없게 되며, 설사 다수 노조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단결력을 극대화하는 데에 있어 제약을 받게 됨. 결국 복수노조의 의미 자체가 사라지게 되며, ‘무늬만 복수노조 허용’이 되는 셈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된 바와 같이, 현행법과 같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37조 2항을 위배한 기본권의 과잉침해임.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제87호 및 제98호 협약1)을 위배하여 노조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란 지적도 높음.


2. 복수노조 관련 개악노조법의 위헌성


1) 명백한 위헌으로서의 교섭창구단일화

- 교섭창구단일화는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 내지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위헌임. 이는 헌법 제37조 2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에 대한 침해에 해당함. 구체적으로는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을 침해하며, 노동3권의 법적 성질에서 자유권적 요소가 존재하는 측면을 부정하며, 노동3권의 중심적 권리로서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있음.


< 교섭창구 단일화 논리의 위헌성 >

○ 본질적 내용침해 금지원칙의 위배

- 국내 노동법은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정의하는 대륙국가적 법률체계임. 따라서 기본권에 해당하는 노동3권의 불가피한 제한이라해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됨.(헌법 제37조 제2항 후단) 그러나 창구단일화는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함.

○ 목적정당성원칙 위배

- 정부가 교섭창구단일화의 근거로 제시해왔던 노사관계안정, 교섭비용 감소 등은 헌법 제 37조 제2항의 기본권제한 목적인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에 포함되지 않으며, 따라서 노동3권에 대한 규범적 침해를 정당화할 수 없음.

○ 수단상당성(방법적정성)원칙 위배

- 교섭창구 단일화를 통해 교섭비용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원리상 사용자가 부담해야 할 교섭비용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데 불과함.

○ 법익비례성원칙 위배

- 노동3권은 구조적/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평등한 노사관계를 전제로 규정한 헌법상 기본권임. 따라서 현행법리는 노동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한 권리가, 사용자에게는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만이 주어짐.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섭비용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동시에, 노동자의 자주적 단결권이 제한받는다면 이는 법익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임.

- 교섭창구단일화 논리가 정당화될 수 있다면, 이는 사용자의 교섭상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업장 내에서는 통일된 근로조건이 형성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있음. 따라서 하나의 기업 내에서 그 사업조직을 달리하거나 반드시 동일한 근로조건이 형성될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에까지 교섭창구를 단일화대상으로 포함할 경우 이는 교섭의 복잡성 방지라는 목적성에 적합하지 않는 것으로 비례원칙에 반함(과잉침해).


2) 산별교섭 무력화

- 13년 동안 유예를 거듭하며 논의된 복수노조 금지 및 창구단일화 관련조항은 “사업장 단위에서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복수노조 설립이 금지”된다는 것이었으며, 향후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는 경우에 그 복수노조들간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는 것이었음.

- 현재 초기업단위 노조는 조직대상을 달리하므로 창구단일화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교섭권이 허용되고 있는 상황임. 판례에 대한 해석을 통해서도 초기업단위 노조는 복수노조병존이 가능하고, 기업단위에서도 초기업단위와 기업별 노조는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기업별 복수노조가 아니므로 각각 노조 설립과 교섭권을 보유하여 왔음.

<복수노조 관련 판례들>

- 1노조가 기업별노조(또는 독자적인 교섭권, 체결권을 가지는 기업별노조 유사 산별노조 지부나 분회도 포함)이어야 하고, 제2노조도 동일하게 기업별노조(기업별노조 유사 산별노조 지부나 분회 포함)인 경우에만 복수노조 금지

- 1노조가 기업별노조(또는 독자적인 교섭권, 체결권을 가지는 기업별노조 유사 산별노조 지부나 분회도 포함)이라도, 다른 산별노조에 가입하는 것은 가능(2006두15400 판결)

- 1노조가 기업별노조(또는 독자적인 교섭권, 체결권을 가지는 기업별노조 유사 산별노조 지부나 분회도 포함)가 아니라면, 다른 산별노조 가입이나, 기업별노조 설립 가능(2001두5361 판결)


- 그러나 개정노조법은 창구단일화 대상에 초기업별노조를 일괄 포함하여 산별교섭을 무력화시키고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화시키고 있음. 보다 구체적으로는 산별노조의 특정사업장에 대한 대각선 교섭이 불가능해 질뿐 만 아니라, 다수노조로 승인되지 않은 소수노조의 경우 산별교섭에 참여할 수 없으며, 현재 산별교섭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라 할지라도 사업장에서 다수노조의 지위를 상실하였을 경우에는 산별교섭에 대한 참여의 권리를 박탈당함.

- 특히, 산별지부(지회)가 있는 사업장에 친사용자적 노조가 등장하고 해당 노조가 과반수노조의 지위를 득할 경우, 산별교섭이 무력화됨은 물론 장기적으로 산별운동의 퇴조로 이어질 수 있음.

- 결국, 창구단일화로 인한 노조운동의 기업별 회귀현상은 노동자계급 전체의 근로조건 균등화를 지향하고, 노동운동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강화하며, 사회적 주체로서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산별노조운동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임.

- 더불어, 산별교섭이 교섭비용 절감 및 노동조건의 평준화라는 관점에서 창구단일화보다 중장기적으로 더욱 효과적인 기제라는 측면에서 볼 때, 창구단일화방안은 소탐대실의 결과를 가져올 것임.


3) 기시행중인 교섭마저 무력화 가능성

- 개정된 노조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교섭형태마저 무력화하는 조항을 내포하고 있음. 즉, 개정노조법에 포함된 창구단일화는 현재 진행되는 지역별, 산업별 교섭 등을 사업장단위로 강제 편입시키는 것에 불과함.

- 현재 판례에 따라(위 참조) 초기업단위와 기업별노조는 병존가능하며, 이 경우 초기업별 노조와 기업별노조가 모두 교섭권을 가지는 형태이며 이로 인한 현장에서의 분쟁은 없는 상황임. 그런데 창구단일화의 범위에 산별노조가 포함되어 현재 교섭구조로 정착되어 있으며, 온전히 교섭권을 소유하고 있는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는 상황이 초래되었음.

- 본 개정노조법에는 기업별 교섭으로 창구단일화의 대상을 한정하여 결국은 산별노조의 교섭권을 박탈하고 산별노조를 형해화시키려는 정부와 자본의 의도가 투영되어 있음.


4) 허울뿐인 교섭단위 분리

- 당초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된 법리적 근거는 노동조건의 결정에 있어서 다른 다양한 직종의 이해가 적절히 대표되어야 한다는 논리였음. 그러나 조직대상과 무관하게 사업장 내 모든 복수노조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할 경우, 교섭권을 독점하는 특정 노조는 조직대상범위를 넘어서는 노조의 이해까지 대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하며, 다양한 이해의 차이(예를 들어, 생산직/사무직의 차이, 기업단위노조와 초기업별 노조)에 대한 조정의 실패가 불가피함.

- 초기업노조를 포함하여 노동조건을 달리하는 노조에 대한 교섭단위 분리에 대해, 개정노조법은 자율적 단일화기간 내에 ‘사용자의 동의’ 혹은 ‘노동위원회의 결정’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게 하였음.

- 사용자의 동의를 조건으로 할 경우 사실상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이를 강제할 방안이 없기 때문에, 산별노조의 교섭단위 분리는 사실상 불가능해짐. 현재도 산별노조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을 원한다 해도 사용자들의 교섭거부로 인해 산별교섭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며, 현행법상에는 이에 대한 아무런 해결책이 없는 상황임.

- 이러한 상황에서 사용자 동의 규정을 삽입한다는 것은 사실상 초기업별 노조를 사업장 단위로 강제 단일화시키는 것과 실효적으로 동일함. 더불어 이러한 방안은 기존의 초기업적 교섭에 대해서도 ‘사용자 동의’라는 조건을 부과하기 때문에, 현재 존재하고 있는 산별교섭마저 사실상 기업별 교섭으로 퇴화시킬 것임이 분명함.

- 또한, 노동위원회를 통한 분리가능성은 결국 노사관계에 대한 행정부의 직접개입에 해당하므로, 노사자치 원칙에 대한 분명한 침해임. 더불어 정부의 편의에 따라 문제가 되는 산별노조의 교섭을 기업별 교섭으로 통합시켜 산별노조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


5) 소수노조 교섭권 무력화

- 비정규노동자들은 현재도 노동3권으로부터 배제되어 있음. 창구단일화방안이 실행될 경우, 단위사업장 내에서 소수노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어 단협을 통한 노동조건의 향상을 시도할 토대조차 박탈당하게 됨.

- 특히, 개정노조법의 창구단일화방안은 교섭대표에 대해 교섭당사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집단적 노사관계 및 채무적 부분에 대한 권리 일체를 부여하고 있어, 사실상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권 및 파업권을 포함한 쟁의행위 등 소수노조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부정하고 있음. 결국 이는 소수노조 또는 그 조합원들의 노동3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야기하며, 명백한 위헌에 해당함.

  cf)대표권을 가진 다수노조는 “교섭권, 협약체결권, 조정신청권, 쟁의찬반투표 회부권, 쟁의지도권을 가지게 됨”

- 정부는 ‘공정대표의무제’를 통해 이를 최소화하겠다고 하나, 실제로 법적강제가 없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한 공정대표의무제가 이 같은 실질적 기능을 수행할 수는 없음.


6) 단체행동권의 심각한 제한

- 개정노조법에 따르면, 창구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해당 사업(장) 소속 모든 노동조합의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한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음.

- 이에 따라 교섭대표가 아닌 노조, 혹은 교섭대표노조이지만 다수노조가 아닌 노조의 경우는 사실상 다른 노조가 쟁의행위에 반대할 경우 파업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게 됨. 뿐만 아니라, 설사 다수노조의 지위로 교섭대표가 된 노조라 할지라도 현실적으로 볼 때 다른 노조에 소속된 조합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음.

- 이렇게 될 경우, 소수노조의 파업권 소멸은 물론이거니와, 소수로 구성된 친사용자적 노동조합, 혹은 어용노조가 전체 노동조합의 파업권을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게 됨.

- 결과적으로 복수노조 하에서 노동조합의 쟁의행의권이 사실상 소멸되는 상황이며, 이는 노동3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 볼 수 있으며 분명한 위헌임.


7) 필수공익사업장 노조의 쟁의권 침해

- 현행법 해석상 쟁의행위시 필수유지업무는 노조의 쟁의권 보장을 위해서 비조합원을 우선 배치하도록 되어 있음. 개정노조법은 개별 노조 가입 여부(가입자및 미가입자 비율)를 고려한다고 명시하여 노조법이 규정할 필요 없는 비조합원까지 고려하여 비조합원 우선배치라는 기본 원칙을 훼손하여 노조의 쟁의권을 심대하게 침해할 위험이 큼.


8) 노동위원회의 부당한 지배개입 증가와 현실성 부재

- 현재의 개정노조법이 그대로 추진될 경우 조합원산정, 조합원 투표방식, 각각에 해당하는 이의제기 처리, 공정대표의무 이행에 대한 감독 등 노동위원회의 업무영역이 대폭 확대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음.

- 비정규직법 입법 이후 차별시정제도에 있어 노동위원회의 전문성 부재 문제나 무리한 법률해석의 문제 등이 빈번히 발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노동위원회가 어떠한 발전적 변화 없이 복수노조에 관한 분쟁까지 담당하게 되는 경우 현재 예상되는 문제점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음.


3. 노동부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의 문제점


1) 과도한 ‘강행규정’ 해석


가. 노동부 주장

- 노동부는 복수노조와 관련한 대부분의 조항을 ‘강행규정’으로 해석해, 이를 벗어난 경우 설사 노사합의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그 효력을 부인하고 있음.

- 이에 따라 개별교섭(자율교섭) 합의와 관련해 ‘개별교섭 동의기한은 강행규정에 해당하여 교섭요구 노동조합이 확정된 경우에만 사용자의 개별교섭 동의가 허용(노동부매뉴얼 19p)'하고 있으며, ’따라서 해당 기한 외에 노사가 교섭창구 단일화를 하지 않고 개별교섭 하기로 합의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효력이 없음(노동부매뉴얼 20p)‘을 규정하고 있음.

- 교섭단위 분리신청 역시 ‘노조법상 교섭단위 분리신청은 노동위원회 전속사항이므로 노사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한 임의적인 교섭단위 분리는 허용되지 않음(노동부매뉴얼 34p)’을 명시함.

- 아울러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해서도 ‘강행규정으로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함(노동부매뉴얼 8p)’을 주장하고 있음.

-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일 3개월 이전에 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할 경우 사용자는 이를 거부할 수 있(노동부매뉴얼 10p)’도록 하고, 그 기간 이전에 교섭을 요구하는 것을 ‘교섭권 남용’으로 해석하고 있음.


나. 비판

- 이와 같은 노동부의 태도는 노사합의의 내용마저도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으로, ‘노사 자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함. 노동부는 이미 지난해 ‘근로시간 면제제도’ 운영 과정에서도 이와 같은 과도한 행정해석을 통해 수많은 노사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음.

- 법리적으로 볼 때에도 강행규정은 행위 자체의 반도덕성과 반윤리성 및 반사회질서성으로 인한 행위 자체를 금지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교섭의 방식과 절차는 원칙적으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고, 교섭절차에 대한 노사합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에 관한 내용으로 보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임의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함.

- 또 복수노조 도입의 취지 자체가 ‘노동3권의 확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관청이 편의를 위해 이를 억압하고 축소하는 것은 큰 문제임.

- 특히 ‘단체협약 유효기간 만료일 3개월 이전의 교섭요청’을 ‘교섭권 남용’으로 해석한 것은 과도한 행정해석으로, 기존 판례 역시 평화의무와 관련해 기존 협약의 유효기간 내라도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음. 따라서 이는 조건 없이 교섭을 불허할 사항이 아닌, 교섭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함.


2) 신규노조의 교섭권 및 쟁의권 박탈


가. 노동부 주장

- 노동부는 '개별교섭 동의에 의해 사용자가 교섭의무를 부담하는 노동조합은 ‘확정된 교섭요구 노동조합’이므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 이후에 신설된 노동조합 …에 대한 사용자의 교섭의무는 없음(노동부매뉴얼 20p)을 규정하는 등, 신규노조의 일체 권한을 박탈하고 있음.

- 즉 노동부 주장에 따를 경우, 교섭대표노조가 결정된 직후 설립된 신규노조는 2~3년을 ‘무단협’ 상태로 지내게 되며, 이는 사실상 노조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됨.


나. 비판

- 그러나 신규노조의 경우 앞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기회조차 없었던 것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절대화해 신규노조에 대한 일체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부인하는 것은 과도한 권리제한임.

- 따라서 이때에도 신규 노조가 별도로 요구한 단체교섭에 사용자가 응하여, 또는 교섭대표노조에 권한을 위임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이 가능토록 해석하는 것이 올바름.


3) 간접고용노조의 교섭권 제한


가. 노동부 주장

- 노동부는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노동조합의 정의와 관련해 ‘해당 사업(장)의 사용자와 직접적인 사용종속관계에 있지 않은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은 그 사용자에 대하여 교섭을 요구하거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없음(노동부매뉴얼 9p)'을 정하고 있음.


나. 비판

- 노동부의 이와 같은 입장은 ‘사용종속 관계’에 대한 노동부의 기존 해석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을 더해 볼 때, 사실상 불법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원청사용자 상대 교섭권을 복수노조 시행 이후에도 가로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됨.

- 특히 이는 최근 크게 이슈화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관련 대법원 판례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하고,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판시한 것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내용으로, 노동부의 행정지침이 여전히 구시대적이고 사용자 편의 위주라는 점을 드러내는 사례임.


4) 노조간 차별행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규정 불명확


가. 노동부 주장

- 노동부는 노조간 차별행위와 관련해 ‘사용자가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을 거부하거나 특정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 또는 인사상의 불이익 취급을 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지가 문제가 될 수 있음(노동부매뉴얼 50p)'을 언급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해석을 내놓지 않은 채 △편의제공 차별 △교섭대표노조의 교섭권 침해 등만을 예시하고 있음.

- 또 이의 입증책임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제시하지 않은 점을 볼 때, 행위 자체에 대한 입증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의사에 대한 입증책임을 모두 노동조합이 부담토록 하는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보임.


나. 비판

- 그러나 이와 같은 노동부의 태도는 실제 사용자의 노조간 차별을 방지하는 데에 매우 무기력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보완입법은 물론 노동부의 강력한 행정조치가 동반될 필요가 높음.

- 복수노조 환경 아래에서 특히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용자에 의한 노동조합간 차별행위는 실제로는 여러 가지 원인들이 복잡하게 결합된 형태이거나 또는 상당히 은밀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차별행위에 대한 대부분의 입증에 필요한 자료는 사용자의 지배하에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만약 차별행위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입증책임을 기존과 같이 모두 노동조합에게 부담지운다면 이는 사실상 사용자의 차별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될 것임.

- 비정규직 관련 법률에서 차별적 처우의 시정신청과 관련한 분쟁에 대한 입증책임을 사용자에게 부담지우고 있는 입법례를 감안하여 공정대표의무위반의 문제나 또는 부당노동행위와 관련된 분쟁의 경우에도 법률로 명확히 입증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음을 명시적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함.


5) 입법 미비사항에 대한 대책 전무


가. 노동부 주장

- 노동부 매뉴얼은 ‘위임 연합을 통해 과반수 노동조합으로 인정되어 교섭대표노조가 된 이후에 위임 연합의 의사를 철회하더라도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가 유지(노동부매뉴얼 22p)’된다고 해석하고 있음.

-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해서는, 신청주체 및 신청시기, 기준, 효과 등에서는 언급하고 있으나, 교섭단위 분리의 유효기간 및 재통합에 대한 절차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음.


나. 비판

- 현행 노조법과 시행령은 △자율적 교섭대표노조 결정 △자율적인 공동교섭대표단 구성에 대해서는 일부 노조가 그 이후의 절차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를 대표권 시비와 관련한 대비 규정을 두고 있으나(시행령 제14조의6 2항 및 제14조의8 2항), 연합 위임에 따른 과반노조 구성 시 연합 위임의 붕괴에 따른 대표권의 유지에 대해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고 있음. 이는 명백한 입법 미비 사항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임.

- 아울러 교섭단위 분리 결정과 관련해서도 재통합과 관련한 어떠한 모법 규정 및 시행령 규정을 찾아볼 수 없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는 연합 위임의 붕괴에 따른 대표권 효력과 관련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 유지’를 명시하고 있음. 이는 철저하게 법에 근거해야 할 행정부의 지침이 아무런 근거규정 없이 내려지고 있다는 점에서 큰 문제임.

- 이 경우에는 ‘과반’ 요건이 붕괴된 것이고, 과반수 교섭대표노조 제도 자체가 소수노조의 교섭권침해가 큰 만큼, 이후 또는 이전 교섭창구 단일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올바름.


6) 타임오프와의 연동 문제


가. 노동부 주장

- 노동부는 교섭단위 분리 결정의 효과와 관련해, ‘근로시간 면제 한도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전체 조합원 수를 기준으로 적용되므로, 교섭단위 분리와 관계없이 하나의 사업장 전체 조합원 규모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 한도가 적용됨(노동부매뉴얼 37p)'을 명시하고 있음.

- 이와 같은 태도에 비춰 볼 때,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소위 ‘타임오프’ 한도 역시 ‘각 노조 조합원’이 아닌 ‘전체 조합원’을 기준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여짐.


나. 비판

- 동일사업장 내 복수노조가 생겨날 경우, 각 노조는 조합 유지관리와 고충처리 등의 업무를 각각 독자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단체교섭 활동 역시 자율교섭이 이뤄질 경우는 물론 설사 교섭대표노조를 통한 교섭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의견수렴과 교섭준비․쟁의행위 찬반투표 진행 등 다양한 교섭실무를 진행해야 함.

- 많은 비판이 있으나, 근로시간 면제한도는 근심위가 해당 규모의 노동조합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적정하다고 판단한 면제시간을 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바, 그렇다면 각 노조가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노조의 조합원 규모에 맞는 근로시간 면제한도가 적용돼야만 이와 같은 활동이 가능하다고 봐야 하고, 따라서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적용 기준 역시 사용자를 중심에 둔 ‘각 노조 조합원 수의 합’이 아니라, 실제 노조활동의 주체가 되는 ‘각 노조 조합원 수’로 보는 것이 합리적임.

- 특히 비정규직 노조의 경우 정규직 노조에 비해 구조적으로 소수노조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복수노조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한도 고시는 상대적으로 더 취약하고 더 많은 노조의 보호와 활동이 필요한 비정규직 노조의 단결권을 제한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임.


4. 종합


- 노동부의 ‘복수노조 업무매뉴얼’은, 오직 교섭비용 최소화를 위해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노동3권’을 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크게 문제됨. 이는 매뉴얼 자체의 문제를 넘어 국회를 날치기로 통과한 개악 노조법의 태생에서부터 이미 예견된 비극이긴 하나, 노동부 매뉴얼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음. 충분하고 성의 있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못한 ‘날치기 법’이다보니, 입법미비 사항도 많고, 그 만큼 행정관청의 해석권한 범위와 함께 다툼의 소지도 넓어졌음. 심지어 노동부 스스로도 입법미비임을 인정하는 부분도 없지 않음.

- 노조법과 시행령, 매뉴얼을 관통하는 일관된 취지는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 제한을 통한 교섭비용 최소화’임. ‘교섭비용 최소화’는 고려해야 할 요소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백보를 양보해도 ‘교섭의 경제논리’가 헌법에 시퍼렇게 살아있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에 앞설 수는 없음.

- 따라서 노동부의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은 전면 재검토 돼야 하며, 모법인 노조법 역시 복수노조의 노동3권을 온전하게 보장할 수 있는 형태로 시급히 재개정 돼야 함.


1) ILO 제87호 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장에 관한 협약’으로 1948년 채택됐으며, 제11조를 통해 ‘이 협약의 적용을 받는 국제노동기구의 각 회원국은 근로자 및 사용자가 단결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도록 확보하기 위해서 필요하고 적당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음. 제98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의 적용에 관한 협약’은 1949년 채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