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칼럼

‘노동자는 하나’ 현대차 전주공장 연대의 힘

양현모 2011. 9. 22. 21:38

‘노동자는 하나’ 현대차 전주공장 연대의 힘
하청노조 출입봉쇄에 원청노조 특근거부·공동집회
정규직·비정규직 2천여명
노동탄압 분쇄 ‘한목소리’
울산·아산 노동자도 팔걷어
회사쪽 “출입보장” 끌어내
한겨레 김소연 기자 메일보내기
 

 

» 현대자동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난 21일 오후 전북 완주군 현대차 전주공장 정문 앞에서 열린 ‘노동탄압 분쇄 총력투쟁 결의대회’ 도중, 공장 출입문을 막고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 구조물에 줄을 매 잡아당기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전북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정문 앞. 현대차를 생산하는 울산·전주·아산공장뿐만 아니라 판매와 정비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 등 2000여명이 모여 ‘노동탄압 분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문 앞 광장이 현대차 조합원들로 꽉 찼다. 오랫만에 다같이 모이는 자리라, 이곳저곳에서 악수를 하며 안부인사가 한창이다. 이들이 모인 것은 전주공장 하청노동자 때문이다. 하청노동자 문제로 현대차노조 전 공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장에서 만난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전주공장 원·하청노동자들의 ‘아름다운 연대’가 현대차 조합원들을 모이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전주공장 갈등의 이유는 하청노조 해고자들의 공장 출입 문제였다. 회사쪽이 지난달 31일부터 느닷없이 하청노조 해고자 14명의 공장 출입을 막으면서 20일 동안 충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노동자는 눈 밑 뼈가 함몰돼 수술을 받았다. 정문 출입문은 철조망과 천막으로 감싼 컨테이너가 흉칙하게 버티고 있어,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분노한 비정규직, 손 맞잡아준 정규직

울산·아산공장과 마찬가지로 전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지난해 11월 “하청노동자는 이미 현대차 직원”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 해고를 당했다.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조봉환 사무장은 “노조 사무실이 공장 안에 있는 만큼, 해고자들이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노조 활동에 큰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공장 출입금지에 비정규직이 분노하자, 정규직은 처음부터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 전주공장 정규직노조는 공동집회에 이어 다음달 주말특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말특근은 밤샘근무라 한번 하면 35만원 가량을 벌 수 있는데도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을 위해 돈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의 태도가 완강하자, 정규직노조는 현대차노조 대의원들에게 연대를 요청했고, 이날 현대차노조와 6개 위원회 공동 집회가 이뤄진 것이다. 회사의 강경대응이 그동안 숨죽여 있던 현대차 노동자들의 단결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동기 현대차노조 전주공장위원회 의장은 “비정규직의 노조 활동이 약해지면 그 다음은 정규직이 공격대상”이라며 “연대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명분도 있었다. 대법원에서도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한 해고자들의 공장 출입은 가능하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고, 특히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해 11월 파업과 관련한 아산공장 하청노동자 징계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현대차 노동자 연대 나서자 회사 ‘백기’

전주공장을 뛰어넘어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대에 나서자, 회사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날 이경훈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이동기 전주공장위원회 의장과 전주공장장을 만나 “해고자들의 출입을 보장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결의대회에서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경훈 위원장은 “원·하청의 아름다운 연대정신을 발전시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영차~영차~’ 현대차 정규직과 비정규노동자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 컨테이너와 연결된 줄을 잡아당기자, 전주공장 출입문을 막고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가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전날(20일) 공장 진입을 하려다 관리자들에게 막혀 실신까지 했던 김효찬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장은 “노동자가 하나로 뭉치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소중한 경험을 한 것 같다”며 “다른 곳으로 확대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또 김 지회장은 “이 분위기를 불법파견 투쟁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울산과 아산공장 노동자들은 전주공장의 승리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두 곳은 현재 하청노조 해고자들이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현대차 울산공장 한 정규직노동자는 “전주공장을 보면 참 부럽다”며 “울산 정규직들이 하청노동자들과 연대가 부족해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울산공장 출신인 이웅화 현대차비정규노조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쪽이 원·하청을 갈라놓으려고 했지만 정규직노동자들이 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아름다운 연대를 기억하고 투쟁하자”고 말했다.

 

원하청 연대로 해고자 출입 보장

현대차지부 21일 전주공장 결의대회...

"울산, 아산으로 확대해야"

2011년 09월 22일 (목) 강정주 편집부장 edit@ilabor.org

현대자동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 투쟁이 결국 회사의 탄압을 저지했다. 현대차 전주공장 원하청 노동자들은 지난 달 30일부터 비정규직 해고자 공장 출입 금지를 내세운 현대차의 폭력 탄압에 맞서 20여 일 넘게 매일 전쟁같은 싸움을 벌여왔다.

9월21일 오후 5시 울산, 아산의 현대차 노동자 4백 여 명이 이 싸움을 함께 하고자 전주공장을 찾아 전주공장 노동자 1천 여 명과 공동 집회를 열었다. 이날 투쟁으로 지부는 회사로부터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자유로운 출입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 9월 21일 현대자동차 울산, 아산, 전주 조합원들이 전주공장 앞에 모였다. 전주공장은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공장 출입을 금지시키며 20여 일 동안 폭력적 탄압이 벌어져왔다. 조합원들 옆으로 정문에 설치된 컨테이너가 보인다. 강정주

이날도 전주공장 정문은 여전히 컨테이너로 가로막혀 있었다. 회사는 네 개의 컨테이너를 세우는 것도 모자라 컨테이너를 철근 구조물로 용접해 고정하고 철조망까지 둘러친 흉물스러운 바리케이트를 세웠다. 정문의 모습을 본 울산, 아산의 현대차 노동자들은 “신성한 일터에 바리케이트를 쳐 감옥처럼 만들어놨다”며 단체협약도 무시한 채 폭력탄압을 자행하는 회사의 행태를 규탄했다.

이날 결의대회는 지난 현대자동차지부 112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전주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탄압을 분쇄하기 위해 전공장 공동 결의대회를 열기로 만장일치로 결의, 진행된 자리였다.

결의대회에 앞서 이경훈 현대차지부장과 이동기 현대차지부 전주위원회 의장은 전주공장 공장장과 지원실장 등과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회사는 △단체협약 10조에 따라 비정규직 해고자 출입 보장. 단, 지회장을 포함한 네 명은 자유롭게 하고 나머지 열 명은 전주위원회의 요청에 따름 △정문 컨테이너는 22일 출근시간 전까지 철거 △이번 투쟁과 관련한 고소고발 취하 △징계는 추후 협의 등의 내용을 약속했다.

   

▲ 9월21일 현대차 노동자들이 전주공장 정문에 설치된 컨테이너의 철근 구조물을 끌어내고 있다. 강정주

이동기 의장은 결의대회에서 회사와 벌인 협의 결과를 알리고 “이번 투쟁은 겉으로 보기에 비정규직 출입 보장을 위한 투쟁이지만 회사가 정말 노리는 것은 현장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정규직을 공격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장은  “이 자리에 있는 조합원 모두 그 뜻에 동의하고 투쟁하겠다는 의지로 모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경훈 지부장도 “어제까지 회사에 사태 해결하라고 시간을 줬지만 결국 전국의 동지들이 모이지 않으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며 “현대차 공장 안에 있는 8천 명 비정규직을 외면하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 이번 투쟁의 연대정신을 발전시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자”고 강조했다.

   

▲ 현대자동차지부 울산, 아산, 전주 조합원들이 9월21일 현대차 전주공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회사의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강정주

회사가 컨테이너를 철거하기로 했지만 현장에 모인 노동자들은 탄압의 상징으로 서있는 컨테이너를 직접 끌어내기로 했다. 컨테이너가 철근 구조물로 두 세 겹 고정돼 있는 탓에 모두 철거하지 못하고, 컨테이너 위에 설치돼있는 철근만 뜯어냈다.

결의대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또 다시 이런 사태가 발생하거나 회사가 약속을 어기고 컨테이너를 철거하지 않는다면 원하청 연대, 전국의 연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회사에 경고했다.

   

▲ 9월21일 현대차 비정규직 세 지회 대표들이 결의대회를 마친 후 원하청 연대의 확대와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를 위한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강정주

결의대회를 마친 뒤 김효찬 현대차전주 비정규직지회장은 “이번 투쟁으로 원하청이 연대하면 회사의 막가파식 탄압도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울산과 아산의 비정규직 해고자들도 공장 출입을 못하고 있는데 이들 또한 현장 출입이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회장은 “전주공장이 원하청 연대의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이번 투쟁이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위한 제2의 불법파견 투쟁을 만드는 불씨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