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는 하나’ 현대차 전주공장 연대의 힘 | |
하청노조 출입봉쇄에 원청노조 특근거부·공동집회 정규직·비정규직 2천여명 노동탄압 분쇄 ‘한목소리’ 울산·아산 노동자도 팔걷어 회사쪽 “출입보장” 끌어내 | |
김소연 기자 | |
지난 21일 오후 전북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정문 앞. 현대차를 생산하는 울산·전주·아산공장뿐만 아니라 판매와 정비에서 일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노동자 등 2000여명이 모여 ‘노동탄압 분쇄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정문 앞 광장이 현대차 조합원들로 꽉 찼다. 오랫만에 다같이 모이는 자리라, 이곳저곳에서 악수를 하며 안부인사가 한창이다. 이들이 모인 것은 전주공장 하청노동자 때문이다. 하청노동자 문제로 현대차노조 전 공장이 전면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장에서 만난 오민규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전주공장 원·하청노동자들의 ‘아름다운 연대’가 현대차 조합원들을 모이게 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전주공장 갈등의 이유는 하청노조 해고자들의 공장 출입 문제였다. 회사쪽이 지난달 31일부터 느닷없이 하청노조 해고자 14명의 공장 출입을 막으면서 20일 동안 충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노동자는 눈 밑 뼈가 함몰돼 수술을 받았다. 정문 출입문은 철조망과 천막으로 감싼 컨테이너가 흉칙하게 버티고 있어, 사람 한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다.
분노한 비정규직, 손 맞잡아준 정규직 울산·아산공장과 마찬가지로 전주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지난해 11월 “하청노동자는 이미 현대차 직원”이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 해고를 당했다. 현대차전주비정규직지회 조봉환 사무장은 “노조 사무실이 공장 안에 있는 만큼, 해고자들이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은 노조 활동에 큰 타격이 된다”고 말했다. 공장 출입금지에 비정규직이 분노하자, 정규직은 처음부터 그들의 손을 잡아줬다. 전주공장 정규직노조는 공동집회에 이어 다음달 주말특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말특근은 밤샘근무라 한번 하면 35만원 가량을 벌 수 있는데도 정규직들이 비정규직을 위해 돈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도 회사의 태도가 완강하자, 정규직노조는 현대차노조 대의원들에게 연대를 요청했고, 이날 현대차노조와 6개 위원회 공동 집회가 이뤄진 것이다. 회사의 강경대응이 그동안 숨죽여 있던 현대차 노동자들의 단결을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동기 현대차노조 전주공장위원회 의장은 “비정규직의 노조 활동이 약해지면 그 다음은 정규직이 공격대상”이라며 “연대는 당연하다”고 말했다. 명분도 있었다. 대법원에서도 노조 활동을 하기 위한 해고자들의 공장 출입은 가능하다고 판결을 내린 바 있고, 특히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해 11월 파업과 관련한 아산공장 하청노동자 징계에 대해 “부당하다”고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현대차 노동자 연대 나서자 회사 ‘백기’ 전주공장을 뛰어넘어 현대차 노동자들이 연대에 나서자, 회사는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이날 이경훈 현대차노조 위원장은 이동기 전주공장위원회 의장과 전주공장장을 만나 “해고자들의 출입을 보장한다”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결의대회에서 합의 사실이 알려지자, 이곳저곳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이경훈 위원장은 “원·하청의 아름다운 연대정신을 발전시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울산과 아산공장 노동자들은 전주공장의 승리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무거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두 곳은 현재 하청노조 해고자들이 공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결의대회에 참석한 현대차 울산공장 한 정규직노동자는 “전주공장을 보면 참 부럽다”며 “울산 정규직들이 하청노동자들과 연대가 부족해 부끄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울산공장 출신인 이웅화 현대차비정규노조 비상대책위원장도 “사쪽이 원·하청을 갈라놓으려고 했지만 정규직노동자들이 연대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아름다운 연대를 기억하고 투쟁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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